마루는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차창에는 빗물이 흐르고 풍경은 쓸쓸하게 얼룩집니다.
마루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새삼 떠올립니다.
마루:(사람이 신경쓰이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하나는)
미르:여보세요? 있잖아 마루야, 혹시 뭐 두고 온 거 없어?
(뭐 여행가는거죠?)
나를 두고 갔어, 마루야....
아.
그만 미르를 역에 두고 기차를 타버린 겁니다.
미르의 말 뒤로 이어진 통화 종료음에 마루는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다시 만난 미르의 속상한 얼굴을 보게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런 차가운 현대의 문물로는 미르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강렬하게 듭니다.
마루:(숨도 하나 안쉬고 속사포 랩해요) 아니그게아니라내가정신이없어서널둔거깜빡해버렸어!!하필비도오는데하이걸어떡하지미르야그러니까...어...잠깐만있어봐다음역에내리면될려나?기차시간보고있을게!!!걱정하지말고!
미르:(귀랑 폰이랑 거리 두고) 그, 그래... 알겠어.
마루:(빨빨리 다음열차? 검색해봐요 다음역에 내리고 미르가 타는 열차 검색해보거나? 미르는 그러고보니) 어, 어... 미르야 다음 열차 기다리고 있어??
미르:나? 어, 음... 그렇지. 다음 열차 기다리고 있어. 뭐, 여기서 할 건 없잖아? (평소보다 차가운 목소리)
마루:(아 이거 100% 서운한 목소리다 이거 어캄????)
그, 그렇나? 미안!!! 진짜 미안!! (그리고 기차 정보 봅니다.)
다음 기차 시간은 꽤 있는 듯 해보입니다. 마루가 도착하고 나서도 미르가 출발하기엔 조금 걸릴 것 같아보이네요.
마루:(배차 시간 ㄹㅈㄷ 이래서 인원감축은 ㅉ)
(어카냐... 속상할거 같은데 미르에게 계속 뭐라도 얘기 계속 해줄래요 좌석 나가서 복도칸에 갑니다.)
마루:그,다음 역에 내릴게 미르가 탈려는거 같이 타자. 응? 그러고보니 음...! (머리 굴려요) 어~ (뭐 얘기하지)
미르에게 카탈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마루:어때? 이거? 관심있어? (유사 홈쇼핑 직원 톤)
마루:음오아예...(팔락팔락 카탈로그 펼쳐봐요 미르의 흥미를 끌만한게 있나요?)
마루가 카탈로그를 뒤적이자 여러가지가 보입니다.
미르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지나가는듯한 말투로 얘기합니다.
미르:그러고보니까... 마시던 찻잎 다 떨어진 것 같았는데.
마루야, 하나 사줄래? 우리 자주 마시던 차 있잖아.
마루:(카탈로그 휙휙휙 넘겨봐요 찻잎 찻잎 찻잎 찻잎...)
응 응 그거? 그렇네 비내리는 날에 마시면 딱 따뜻하고 좋지~
미르:(....) 그거 비내리는 날에 마시면 별로인 차였을 텐데...
그랬던가? 그래도 같이 차 마시는거 자체가 좋다보니까... (찻잎을 살?까요?)
미르:내가 비 내리는 날엔 별로라고 했던 차 있잖아. 병원에서 자주 말 했을텐데... 설마 기억안나...? (더 실망하기 일부직전)
마루:(아니 살건데 찻잎브랜드 물어보면 미르 진짜 개실망. 이럴거같음요 지능으로 기억 떠올려봐도 되나요??)
마루: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머리 회로 불타는 소리)
두 사람과 색이 비슷하다고 했던 적도 있었잖아요.
그, 그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오릅니다.
가을을 넘어가는 겨울 쯤에 미르가 자주 마시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마루:(늦가을에, 노란 꽃이 올라가는 차...)
(과학(생물학) 50인데 이걸로 박치기 하고싶다(되겠냐고요))
과학(생물학)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그래 식물학이라서 실패하는거지 ㄹㅈㄷ)
그러다가 하나 문뜩 떠오릅니다. 미르가 이 차를 비오는 날에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던 이유.
추모를 위해 사는 경우도 있어서 비오는 날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었죠.
마루:(아니 이거 시날에도 있는거예요 즉석으로 넣은거예요 ㄹㅈㄷ)
(국화구나...)
국화꽃차? 차로 쓸 때는 노란색을 쓰잖아. 그러고보면 케이스에 그려진게... 아 이거? (국화꽃차를 중심으로 카탈로그 뒤지면 브랜드 발견...하겠죠?)
미르:그거 맞아. (떠오르는 데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은데...) 케이스에 그려져 있을거야.
카탈로그를 뒤지다보면 아! 나옵니다! 미르가 가지고 있는 차. 집에서도 종종 보였던 차 케이스입니다.
마루:(바로 주문 넣습니다. 후다닥) ...카탈로그가 꽤 두꺼워서~
?
(아니 마루 왜 재력이)
(증강-----------!)
재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원래였다면 못했다 진짜 ㄹㅈㄷ)
마루는 미르가 사달라는 물건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르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하자 미르가 조금 웃습니다.
마루:그냥 해본 말이 어디있어? 갖고싶다고 하면 사주는거지.
미르:그래도. 해본 말이였어. 마루가 너무 사준 게 많아서 말이야.
그리고 중간에 말도 없었길래.
마루:...(크흠흠.) 카탈로그가 두꺼워서 찾다가 실수로 떨어트렸어. (^^)
미르:그런거야? 뭐, 믿어줄게. 마루가 그렇다는데.
주위가 어두워진다 싶어 돌아보면 마루가 탄 기차는 터널에 들어와 있습니다.
터널이 끝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휴대폰에서 미르의 말이 들려옵니다.
미르:마루야, 내 말 ... 듣 ... 있어?
마루:어, 듣고 있는데 신호가 약해...! (마치... 미래에서 기다릴게st로 말해요...)
마루:그게 아니라 잠시 터널이라서 신호가 약해진거 뿐이야.
미르:아, 응. 전화 ... 너무 오래 ... 지. 그래 ... 끊자.
마루:(아니 넌 뭐 전화를 미련남은 전애인st로 하니.)
아니 그게 아니야 오해야 (오애야 오애 영상처럼 말해요)
(와 이럼 백퍼 다시 안받겠지 어떻게든 붙잡습니다. 칙쇼 기계공학쪽으로 갈걸)
다급하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시무룩했던 미르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집니다.
아무래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미르:오해야? 그, .... 다른 ..... 있어?
...! (다른 문제 있어?겠지?)
열차가, 터널에, 있어서, 그래. (또박또박 크게 말합니다.)
(돌겟군뇽.)
(일단 문자 보냅니다. '지금 열차가 터널이라서 신호가 약한것뿐이야. 터널 밖이면 다시 전파가 잘 잡힐거야.')
미르야. 문자 보냈어!
(썅. 이것도 안들리겠지 생각해보니까)
마루:(아오 쌍둥이는 둘이서 하나 기능치로 텔레파시 보내기 ezr하고싶다)
(이건 어떻게 타파한담...)
마루:(다시 말해주면 되나?) 열차가 지금, 터널에 있어서, 그런거, 뿐이야.
(혹시 미르 시크릿 다이스 굴리는거임?)
미르:(멈칫, 대충 이해함.) 언.... 나가? 어.... 길....?
마루:(아니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햇어.)
(일단 창 봅니다. 아직 터널 밖까진 멀었죠?)
조금, 남았어!
미르:조금? 아, 잠.... 마루야, 이것 좀 ... 메모 ... 부탁 ... ( 삐--------- ) ... 자, 이... 내게 ... 불... 줘.
마루:(아니 넌 통화하면서 또 뭘하고 있는거니!)
(삐음 일 너무 열심히 한다!!)
미르가 말한 걸 메모를 알아들으려면 판정을 하면 됍니다!
어떤 걸 쓰면 가장 빨리 알아낼 수 있을까요?
마루:(과연 삐음 사이로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가능할지? 듣기 판정 해볼게요!)
마루: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힘줬다)
미르:병원에서 두 달 뒤에 경과 보기로 했으니까 예약해야해.
(하..............................)
마루:병원 두 달 뒤에 경과 보러 예약하는거? 아. 아직 신호 안좋나봐. 신호 좋아히면 다시 말할게!
마루는 다행히도 미르가 말한 내용을 간신히 알아들었습니다.
마루는 기적적으로 미르가 말한 내용을 제대로 알아들었습니다.
미르에게 메모 내용을 불러주자 미르가 기쁜 듯 인사해옵니다. [
미르:정말 고마워, 마루야. 내 얘기 열심히 들어주고 있었구나. 기차 안이라 시끄러웠을 텐데도.
마루:(아 통신 원활하다) 당연히 듣고 있었지? 익숙한 사람 목소리일수록 더 잘 들리니까. 왠지 침묵 속에 전달 게임같았어... (허허)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겨우 미르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달콤한 냄새가 섞여 납니다.
그러고보니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려고 서두르느라 지금까지 먹은 게 없습니다.
원래라면 지금쯤 미르와 간식을 나눠먹고 있겠지만 미르를 두고 와버린 이상 혼자 간식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간식에 한눈을 팔지 않고, 간식 카트가 다른 객실로 넘어갈 때까지 버텨봐야겠습니다.
(하긴 쩝쩝거리는 소리 들키면 개.망)
미르:그래?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 것만 같아서.
마루:아- 그거 간식 카트 소리일걸? (걍 뭐... 사실대로 말합니다. 그냥 있는거니까요.)
미르:간식카트? 그런 것도 돌아다니는 구나. (처음알았다는 사실.)
응 아마 다음 열차도 간식 카트 있는 열차일테니까 어떤지 직접 보자. (타이릅니다... 타이릅니다...)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니 진짜 미르 때문에 값 잘나오는거임 이거)
미르:그러고보니 마루야, 배 안 고파? 나도 뭔가 먹을 테니까, 너도 굶지마.
미르의 배려 덕분에 산 간식을 먹어도 좋을 것 같네요.
마루:응? 응... 고마워. 너도 굶지말고. 미안해... (ㅠㅠ)
미르:미안해 할 게 뭐있어. 그럴 수도 있지.
미르:나? 음... 젤리. 엄마가 주머니에 넣어주셨나봐. 그거 먹고 있어.
마루:젤리? (그거가지고 되겠냐는 눈) ...그렇구나... 하긴 멀리 나가니까 넣어주신거 같네...
(우. 이쪽도 소리 안나게 먹어요)
미르:응, 젤리. 엄마도 참 습관이라니까. 내가 나갈 때마다 꼭 주머니에 젤리 하나씩 넣어주시거든. 멀리 나가서라기 보단 그냥 매번 넣어주시는 거니까.
마루: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잘 챙겨먹으라는 뜻이겠지~ 나중에 진짜 맛있는거 먹자?
미르:그런 거겠지. 아니면 긴장하지 말라던가? 나중에 맛있는 거 먹자. 일단 마루는 조금 더 챙겨. 간식 카트에 뭐 있어?
간식 카트니까 사탕이랑 젤리만 있으려나.
마루:그렇게 도시락이나 그런건 없고 스낵류만 있거든. (초콜릿 하나 사고... 미르 것도 하나 사요.)
미르:그래? 신기하다. 보고 싶어. 나중에 봐야겠네. 뭐가 있는지 한 번도 못 봤으니까. 뭐, 기차를 탈 일도 많이 없긴 해. 병원 갈 때도 아빠 차 타고 갔으니까.
미르:그거 생각난다. 어릴 때 아빠가 나 데리고 놀러가준 적도 있었는데. 엄마한테는 병원데려간다고하고 공원 갔다온 적 있었거든.
그때 진짜 병원 갈 줄 알고 무서워 했었는데. 그때 아빠가 다음에 꼭 마루랑 같이 오자고도 했었는데 그 뒤로는 더 아팠어서 못 갔었지만.
마루:...그만큼 더 놀자. 엄마도 너를 걱정하셔서 그래. 젤리 넣고 여러가지 챙겨라고 하시는걸 보면 말이야. 다음에는 그 공원에 놀러가볼까? 햇빛 짱짱한 날에.
미르:좋아. 다음에 꼭 가보자. 가족 다 같이 갈까? 아빠가 알고 있으니까. 가서 솜사탕도 먹고 산책도 하고 그러자.
마루: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꼬르륵.)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위장 정신차려이!)
마루는 눈 앞의 빵보다 소중한 미르에게 집중하기로 합니다.
비록 미르는 놓고 왔지만 미르의 짐들은 소중히 챙겨둔걸요.
마루:(아니 그런데 미르만 빼놓고 왔다는게 너무 킬포다)
미르:내 가방에 너 주려고 가져온 샌드위치 있어. 상하기 전에 어서 먹어.
사실은 어제 만들었어.
어제 엄마랑 도와줬거든. 같이 여행가는데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매번 받기만 했잖아. 그래서. 맛있을진 모르겠어.
먹어보고 나중에 알려줘, 괜찮은지. 알았지?
마루:...당연히 맛있지-!!!!!!!!!! (아직 안먹었는데도 이런 말)
(아니. 이거. 너무. 하. 으읐.) ....(두고 온 죄책감이)
마루:(샌드위치 먹방을... 시작합니다 ㅠ 눈물 젖은 빵. 오늘도 온 세상 식재료(와 정성)에 감사 인사를 올리며, 잘 먹겠습니다.)
마루는 미르의 손길이 담긴 샌드위치를 울면서 먹습니다.
마루:....정말 맛있어... 많이 노력했구나... (크흐흐흐흡)
고마워...(ㅠ)
미르:..... 괜찮아? (목소리만 들어보면 아닌 것 같은데....) 시판에 파는 재료들이라고 해도... 손맛이 들어가면 맛이 달라지니까.... 조금 걱정되긴 한데...
마루:응. 손맛이 들어가서 더 맛있어. 다음에는 내가 요리할게... (라고 해도 손재주는 마루가 더 없는 편이긴합니다만.)
미르:아니야, 안 해줘도 돼. 이미 많은 걸 해줬으면서. 더 뭘 해줄려고. 더 안 해줘도 돼.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저기 앞에 낯익은 뒷모습이 보입니다.
아직 통화가 끊기지 않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서 이름을 크게 불러봅니다.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에 마루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미르:방금 막 기차가 출발했어, 마루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졸리지? 더 잘래?
미르야. (잠시 정신차리고 말합니다.)
마루:...다음에는 날 풀리면 공원에도 놀러가지 않을래?
미르:공원에? 음... 좋아! 아 맞다, 내가 있잖아. 어릴 때 하루는....
미르가 가져온 따뜻한 국화차를 손에 꼭 쥐어봅니다.
이제부터 미르와 진짜 기차여행이 시작되겠네요.